일상,생각하기/컬쳐

[드라마] 디어마이프렌즈..13회, 14회 암 또는 치매

쥴리T 2016. 6. 2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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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부모가 되고나서..

나도 나이가 들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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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드라마를 접했을때는

그저 나이든 어른들의 얘기로만..

(http://seoksnhoon.tistory.com/29)

그저 노희경작가의 탄탄한 스토리에 쟁쟁한 배우들이 등장하는 볼만한 드라마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드라마 볼 시간이 별로 없던 내가 매주 꼬박꼬박 챙겨보는 드라마가 되었고.

응사(응답하라 1994), 응팔(응답하라 1988) 이후 또하나의 여운이 길게 남는 드라마로 기억될꺼 같다..

 

응사나 응팔의 여운은..

어린 시절, 젊은 시절의 추억이랄까.. 그런것들이 아련하게 기억나서 멍하니 여운을 즐기는 편이었다면.

디마프는...

뭔가 생각이 복잡해지고 많아져서 여운이 길어진다.

 

 

내 부모님에 대한 생각

내 자식에 대한 생각

내 미래에 대한 생각

등등

나와 내 가족의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차버린다.

 

 

 

 

서서히 희자의 뇌를 잠식했던 치매..

가장 가까운 친구인 정아,, 아들 민호도.. 이미 몇가지 에피소드로 짐작하고 있었지만 믿고싶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결국 치매로 인해 베개를 업고 거리를 헤매던 희자를

신접살림을 차렸던 동네.. 나무가 많던 그 길에서 찾았을 때..

가장 의지했던 친구 정아의 머리채를 뜯으며

살아오면서 가장 사무쳤던 서운함으로 오열하던 희자..

평생 가슴속에 묻고 살면서 가장 잊고싶었을 기억을 치매증상이 악화되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이다.

 

 

 

 

우리 할머니가..치매이시다.. 결국 요양원에 입원하신기가 벌써 3년째..

전쟁통에 자식을 한명 잃으셨는데..

평생을 교회다니시며 기도도 많이 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하셔서 그런가

착한 치매가 와서 요양원에서도 정말 순둥이 환자라는 얘기를 들었다.

 

 

아..나는 나중에 나이들었을 때..

그렇게 사무치게 슬프거나 사무치게 힘들거나 사무치게 잊고싶은 기억은 없어야 할텐데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이 치매가 아닐까.. 

암은.. 수술하면 나을 수도 있고,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마지막 가는 길 정리라도 할 수 있지 않는가..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진다.

 

 

 

 



디마프에서 말기암 판정을 받은 난희가 딸 완이에게

엄마도 너무 억울하고 무섭다고, 살고싶다고 말한다.

어린아이처럼.. 울면서.. 펑펑 울면서..

그동안 엄마의 약한 모습을 보지 못했던 완이는 엄마의 무너진 약한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 너무 힘이든다.

아직 엄마가 되어보지 못한 완이는..온전히 엄마 난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어제 14회 마지막 완이의 독백,,

완이가

엄마의 말기암 얘기를 가족처럼 지내는 영원이모에게 들었을 때..

엄마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나.. 연하는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는 것에

너무나 이기적인 자신을 발견하며 스스로의 뺨을 때리며 반성하는 장면..

그러고나서 이어지는 독백

'세상에 모든 자녀들인 우리는 눈물을 흘릴 자격이 없다. 너무나 염치없으므로..'

 

우리 아빠도.. 오래전에 암에 두번이나 걸리셨었다.

물론 지금은 수술이 잘 되고 회복하셔서 건강하게 지내고 계신다.

두번째 암이 발견되었을때.

나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나도 완이처럼...그랬다.. 이기적이었다.

그러나 아빠는 오로지 딸결혼식에서 내 손을 잡고 씩씩하게? 식장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치료받고 독하게 일어나셨다.

 

나도 너무 염치없는 딸이었다.

결혼식 전날까지 마지막 방사선 치료를 받고 서울에 오신 아빠 손을 잡고 

예쁘게 드레스입고 결혼식장에 입장했다.

그러고선.. 염치없이 결혼식중에 눈물을 흘렸다.

나에게 눈물흘릴 자격이 있었었나..

 


 

최근에 가까운 지인이 뇌종양에 걸려서 갑자기 입원을 하셨다.

요즘은 의술이 좋아져서 뇌수술 잘 하니까.. 수술만 하면 회복하고 괜찮아지실 줄 알았는데

수술할 수 없는 위치인데다가 정밀검사결과로 단순한 뇌종양이 아니라 T림프종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혈액암이었던 것이다.

 

그 분이 입원을 하면서 제일 먼저 해야했던 것은

휴직을 할 것인가, 퇴직을 할 것인가 결정하는 거였다.

병원비 걱정이었다.

도서관에서 빌리고 돌려주지 못한 책 걱정이었다.

생사를 걱정해야하는 상황에서 왜.. 반납해야하는 책한권마저 신경쓰이셨던 걸까..

 

드라마속 난희는 성공가능성이 고작 20%인 암수술을 앞두고, 딸 완이와 운영하고 있는 가게 걱정부터 한다.

자기가 없어도 영업에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해 새벽이 되도록 거래처와 직원에게 전화를 돌린다.

보험과 예금을 정리하면서 완이가 나중에 다 찾을 수 있도록 꼼꼼하게 비밀번호를 적어두고, 보험 담당자 연락처를 메모해둔다.

 

내가 살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난 뭐부터 해야할까..

뭐부터 하게될까.. 무슨 걱정부터 하게될까..

그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물론 디마프 속 난희나 희자차럼 아프면서 말년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녀들이 생사를 오가는 그런 위기가 닥쳤을 때

자신의 일처럼 기꺼이 울어주고 만사 제치고 달려와 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많이 부럽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들이 있는지 주변을 돌아보게된다.

또한 내가 그렇게 만사 제치고 달려가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지 생각해보게 된다.

 

 

 

 

남편이 아는 사람 중에 아내가 급성 백혈병에 걸렸는데

미국에서 임상실험중인 약으로 치료받기 위해 미국으로 갈까말까 갈등하고 있는 분이 있다고 했다.

그 비용이 무려 1억이라고..

 

나에게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난 안가겠다고 했다.

그 치료비로 쓸 1억이 있다면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세계여행이나 하다가 죽을꺼라고..

하지만 진짜 그런 상황이 된다면.. 오히려 더 살고싶어져서 1억이 아니라 10억을 들여서라도 살려달라고 하게 될까..

알수없다...


 

사람 일이라는게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건강관리 잘하시던 나의 그 지인분이 갑자기 혈액암에 걸릴지 누가 알았겠으며,,

건강하게 태어난 우리 아들이 작년에 그렇게 큰 수술을 하게 될지 누가 알았겠으며,,

울아빠가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암에 걸릴지 누가 알았겠는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를 일이니

지금 현재를 열심히 즐기며 잘 살아가는 게 최선일게다.

 

 




어제 아침에 별거 아닌? 일로 아침부터 남편과 언쟁이 있었다.

옆에서 엄마아빠의 높아진 목소리에 눈치보던 아들에게

엄마의 입장과 엄마의 생각이 이러저러해서 엄마가 화가났었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그랬더니 엄마의 생각을 이해한다며 엄마는 이러저러한 마음이었을꺼 같다고 공감해준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아마 아빠는 이저러저한 생각이었을 꺼 같다고.. 그러니 엄마도 마음을 풀어보라고..

세상에..

어른인 우리보다도 더 어른스러워진 아들.

외동이라 걱정을 많이 하는데도 아이는..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잘 자라고 있는거 같아서 너무 고맙다.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대견했다.

그리고 너무 사랑스러웠다...

 

내가 어른이고 내가 엄마인데

오늘도 어린 아들에게 배운다.

왠지 나도 결국 늙으면 아들에게 의지하게 될꺼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아들한테 

슬프지만 내가 늙어서 짐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건강관리하고 노후대비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럴려면 맥주부터 끊어야 할라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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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하나때문에 너무 몰입하는 것도 같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괜히 횡설수설하는 느낌이 없지않지만.

그래도 이런 생각을 했었다는 기록은 남겨놓아야할꺼 같아서 ...

혼자 주절주절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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