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각하기/기억조각

인간관계_잊혀질 권리

쥴리T 2021. 1. 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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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할 때는

일의 난이도나 나의 적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일을 해보면

 

그 일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할 수도 있음을 느끼게 된다.

 

 

여행을 갈 때는

어디를 가는지, 여행이서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먹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여행을 가보면

 

그 여행을 누구와 함께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결국 인생은

사람과 함께 어울려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의 행복을 함께 나누고

나의 슬픔과 불행을 위로받는 것도

 

그 당시 내 주변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행복이 배가 되느냐, 반이 되느냐가 다르고

슬픔이 반이 되느냐, 배가 되느냐가 다르다.

 

 

인스타그램에서 내가 팔로우하는 어떤 분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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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 대한 평가는 

그 사람의 행동에 기인하기 보다는

집단이 주도하는 분위기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과 나의 시간을 나누는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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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현재 내 주변에 어떤 사람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내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직장맘이다.

 

 

가족을 제외하면

나의 가까운 인간관계는

 
현재

주로 직장동료와

학창시절 친구들이다.

 

그런데

 

아들이 한명 있기 때문에 

아들과 연결된 인간관계, 그러니까 아들친구의 엄마들도 꽤 친한 사람들이 많았었다. (과거형)

 

 

그러나 이제

그들과의 연결고리는 거의

끊어졌거나 끊고 싶은 상태다.

 

한때

간쓸개 다 빼주던(남편의 표현이다.) 아들의 친구 엄마들이 있었다. 

친했고, 좋았고, 자주 함께 했다.

 

자주 연락했고

자주 만났고

함께 여행도 자주 갔다.

 

좋은게 있으면 나누고 

힘들 때 위로해주고

 

 

이런 인연을 만난 것이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그들과 어울렸다.

내 주변에 이런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들을 중심으로 연결된 관계였기 때문에 

아이들간이 관계 또는 상황, 싸움, 그리고 아이들끼리의 비교에 따라 급반전 될 수 있는 아주 얄팍한 관계였다.

 

 

그걸 그땐 몰랐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에게
'나'라는 사람은

그들 스스로가 자녀에게 잘 못해주고 있는 부모가 된듯한 자격지심을 느끼게하는 존재가 되어있었고,

나와 내 아들은, 그들의 아들을 무시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오해니까 풀어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하면 할 수록

그중 한명은

자신의 자격지심이 더욱 깊어져서 듣기 싫다고 했다.

다시는 안볼 생각으로 말한다고 했다.

분노에 찬건지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내가 그렇게 불편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던 걸

나는 몰랐다.

 

그저 내자리에서, 내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나의 모습은

그들이 보기에 자신과 자기자녀에 대한 비교대상 밖에 되지 않았고

부러움을 넘어선 질투,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무언가로 비춰졌던 것이다.

 

내가

진짜 뭔가 대단한걸 하거나, 대단한걸 갖고 있었거나, 내아들이 대단한 아이라서 이것저것 자랑하고 보여줬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을터.

 

그렇게 하지 않아도 

보는 사람의 경험과 시각에 따라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내가 오해를 풀어주려 할수록

더 힘들고 듣기 싫다고 하니

나도 더이상 내가 잘못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같지도 않는 변명을 해가며

그들과의 관계를 힘들게 유지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물론 그들 중 유독 한명이 심했다.

 

함께 친해졌으니 유독 심했던 그 한명때문에 나머지 모두와의 관계도 시들해졌고

아들과 연결되어 만들어지는 인간관계에 

심각한 회의감을 느끼며 

아들 친구의 엄마들과는 거리를 두기로 마음먹었다.

 

불편하고 힘들어져버린 관계는 굳이 어거지로 끌고갈 필요가 없다.

관계회복을 위해 노력은 해봐야겠지만, 나의 노력이 오히려 더 불편하게 한다니 

더이상 연결되어 있는 것은 

나에게도, 그들에게도 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뒤통수맞은 기분. 

한동안 그런 기분이었다.

 

나에게 독설을 퍼붓던 그 순간의 목소리와 표정이 잊혀지질 않아서

꽤 오랜기간 그들과 함께했던 행복한 기억도 전부다 퇴색되고,

떠올리면 기분이 나빠졌다.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에게 얻을 것이 있다고 생각해서 겉으로는 친한척 한건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너무 우스운 것은

 

나와의 관계를 끊어버리고 싶다고 먼저 폭탄선언을 했던 그 한명은

그 일 이후에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단톡방에서 말을 걸고, 안부를 묻고, 내아들 칭찬을 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가 찍어줬었던 사진을 올리며 추억을 회상했고, 사진찍어준 나를 칭찬했다.

 

그러는 걸 볼 때마다 

솔직히

너무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너무 불편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하는 것처럼 보여서

둘 사이가 다 화해가 된 것으로 알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가 이상한 건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대할꺼였으면

적어도 최소한의 사과나 변명이라도 했어야 하는거 아닌가?

 
본인이 쏟아낸 독설로 상처받은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고
혼자만 풀었다는 건지...
그때의 그 마음은 그대로 품고 있으면서 겉으로만 괜찮은 척 대하는 건지..
알수가 없었다.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서로 안듣고 안보면 되는 건데
아이들이 연결되어있으니 사실 그것도 쉽지않은 상황.

그 불편한 단톡방에서 나오는 것이

이상하게도 

난 그게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단톡방 대화에서는 최대한 말수를 줄이는 거였고, 그들을 궁금해 하지도 않는 거였다.

 

그렇게 그들에게서 무심하게 잊혀지기를 바랬다.

 

 

 

 

그런데 자꾸 그들은 나의 안부가 궁금한 듯 하다.
나에게 자신들의 안부를 알리고 싶어하는 듯 하다.

왜?

 

 

 

그냥 서로의 소식을 모른채
혹여 문득 생각이 난다 하더라도

어디선가 잘 살고있겠지 생각하며 

 

이젠 서로에게서 잊혀지고 싶다.

 

 나도 그들로부터,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으로부터,
잊혀질 권리가 있으니까.


안물안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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