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편이 궁금하시다면?
https://seoksnhoon.tistory.com/773?category=606900
이상하게 일이 꼬이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었다.
1.
두달에 한번 있는 정기모임이 있어
엄마가 늦게 갈꺼라고 아들과 통화해야하는데.
학교끝나면 항상 전화하던 녀석이 그날 따라 전화를 하지 않았고..
그날따라 모임에 가느라 학교 끝날 시간에 전화가 안왔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모임 시간 내내 거의 2시간 동안이나 계속 전화하는데
핸드폰도 집전화도
받질 않는 것이다.
피곤해서 잠들었겠지.. 싶었다가도
농구부 형 중에 자기를 싫어하는 형이 있는데 그 형이 학교폭력 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고 아침에 해줬던 얘기가
자꾸 신경쓰였다.
오만가지 생각과 쓸데없는 걱정때문에
받지도 않는 전화만 거의 백번은 했고
저녁밥을 제정신으로 먹을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 집에 가봐야 하나... 가도 1시간은 족히 거릴 텐데..
과외 시간이 다되서
과외 선생님께 현관문 비번을 알려드리면서
통화를 못해서 걱정이다.... 집에 들어가보시고 연락을 달라고 했었다.
아... 이런 세상에..
엄마가 불안과 걱정을 하며 발을 동동 구르던 그 시간에
아들은 쿨쿨.. 자고 있었단다..
한편으로는 너무 다행인데,
한편으로는 너무 괘씸하고.
계속 걱정을 한 내 스스로가 너무 미련하고 억울했다.
어쨋든..
연락을 받고는 안심하고 편하게 남은 모임 시간을 보내고
집에 가려는데..
2.
시동이 안걸린다.
정말 욕이 저절로 나온다.
오늘 왜이러지.. ㅠㅠㅠㅠㅠ
비상등을 켜놓고 내렸던 거다.
3시간 가량 비상등이 켜져 있었으니 베터리가 나갈 만 하지..
휴..
다시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긴급출동을 불러서 충전을 하고 무사히 집으로 갔다..
오늘 이상한 날이다.. 오늘 이상한 날이니까.. 조심 또 조심하자...
라면서도
몇시간동안 신경쓴게 너무 힘들었는지
거울을 보니 다크써클은 턱까지 내려와있고
눈은 십리나 푹 꺼졌다..
그렇게 터덜터덜 집으로 올라갔는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
3.
아들이 손가락이 아프다며 붕대를 감고 있네??
붕대를 벗겨보니.
이건 뭔가..
엄지손가락이 시커멓게 멍이 들어 퉁퉁 부어있다.
만지면 아프지만 움직일 순 있다며
아빠가 괜찮다고 했단다.
하..................................
정말 딱 봐도 골절인데... ㅠㅠㅠㅠㅠ
농구하다가 그랬단다.
그래 농구하다가 손가락 많이 다친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말고
일단 응급실로 가보자..
휴..
동네 중소병원 응급실엔 정형외과 전문의가 없어서 엑스레이를 봐도
골절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며
내일 다시 병원에 가보라고한다.
정말 이리저리 다 꼬이고 꼬인 날이었다.
결국 아들은 다음날.. 깁스를 했다.
**
4.
또 그로 부터 며칠 후..
그날의 스트레스가 다 가시지도 않았는데...
아들은
깁스를 풀지도 않았는데
아들이 학교에서 하는 건강검진에서 "결핵의심"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엑스레이 상에 뭔가 나왔단다.
만약 진짜 결핵이라면
정말정말 골치아파진다.
나와 남편은 물론이고
아들이 다니는 학교 전교생, 전 교직원 모두다 검사해야된다.
(2020년 코로나 초기 확진자가 나왔을때의 대응과 비슷하다.)
나한테 왜 자꾸.. 이래..
검사 결과가 나올때가지는 격리해야 하므로
학교에도 못가는 아들..
별다른 증상은 없었기 때문에
설마 결핵은 아닐텐데.. 하는 생각이 강했지만
사람일은 또 알 수 없으니까..
빨리 결과를 알아야겠다.. 싶어서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갔다.
응급실에 가면 빨리 검사하고 빨리 결과가 나올꺼 같아서..
그러나.
휴일의 응급실은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일밖에.. ㅠㅠㅠㅠㅠ
집에서 기다리던 남편은
같이 있지 않았고 상황도 모르니
너무 기다리게만 하는거 같으니까
다 됐고 그냥 집에 오라는 말만 반복하니 더 미칠 지경이었다.
정말 죽을꺼 같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응급실에서..
뭘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자고
결과도 모른채 불안하고 지친 마음으로
너무나 걱정스럽지만
아들한테 티도 못내고 있는 내 입장은 생각도 안하는건지
아... 정말..
그냥 막 속이 터질꺼 같아서
나도 모르게 막 눈물이 났다.
아들 몰래 울고..
휴.......
나는 잠도 못자고
겉으로봐선 아프지도 않은 아들을 불편한 침대에 눕히고
이불도 없어서 내 옷을 벗어서 덮어주고
응급실 격리실에 있던 티비를
소리도 최대한 줄여서 멍~하니 보고 있는데
거기서
김종국이 메니저랑 아파트 지하3층에서 23층까지 걸어올라가는 게 나오는 거다.
우와.. 저 힘든걸 어떻게 저렇게 몇번을 오르는거야~~ 라며 보는데..
우리집 16층.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번뜩..
결국
응급실 격리실 의자에 앉은 채 날밤을 꼬박 새고...
검사도 다 못받고
결과는 당연히 모르고..
며칠 후 검사와 진료 예약을 해두고 집에 왔다.
집에 오기전에 허기진 배를
햄버거로 채우고
집에 오자마자 일단 잠부터...
**
잠이 깨고
또 밥을 먹고..
피곤하고 지친 몸과 마음이었지만..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차근차근 한계단 한계단 올라오는데..
숨차고
허벅지가 터질꺼 같고
정말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길어야 4분..
그 얼마 되지 않는 시간동안..
아무 생각도 안나는 것이다.
아무 스트레스도 없는 것이다.
16층에 도착하는 순간..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허벅지는 터질꺼 같고
무릎이 탁 풀리는 느낌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정말 신기하게도..
기분이 좋더라...?
정말 너무너무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런 기분 !!
기분이 좋더란 말이다..
몸은 힘든데
정신이 맑아지고
기분은 상쾌해지는...
개운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나의 계단오르기는 시작되었다.
왜 우울할 때 몸부터 움직여보라고 하는지 알꺼 같았다.
물론..
김종국처럼 5번씩 반복해서는 못한다.
딱 1번 지하1층~16층까지 걸어올라오기..
약 3~4분 밖에 안되는 그 시간동안
나는
힐링을 할 수 있었다.
잡생각이 많고
스트레스가 많을 때..
마음이 힘들때..
몸을 혹사시키는 방법으로
맥주를 마시며 약간은 알딸딸한 기분으로 잠들기를 했다면..
이젠 방법을 바꿔야 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 이거다.. 이거 딱 100일만 해보자.
하루라도 빠지면 또 결국 포기 하게될테니까
정말 딱 100일만 무슨 일이 있어도 해보자..
지독하게 일이 안풀리고, 모든 일이 꼬이고, 힘들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던 그 시기에
코너에 몰린 것만 같았던 그 상황이 되서야
결국 난 나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있는 행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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