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길거리에서 "프리 허그"행사라며
모르는 사람에게 안기고, 모르는 사람을 안아주고 하며
서로에게 위로를 건네는 이벤트 하는 걸
메스컴에서 본적이 있다.
외국에서는 흔한 일인데
우리나라 길거리에서 한다는게 꽤 신선했던 기억이다.
과연 사람들이 참여할까? 싶었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을 보고
저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안기는 걸까..
무슨 생각으로 모르는 사람을 안아주는 걸까..
했었다.
포옹이 상대방과 나의 심장이 가장 가까이 있는 거라서
엄마 뱃속에 있을 때처럼 편안해지고 마음의 위로를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이제 없어질 이벤트겠구나.. 싶은 씁쓸함이 밀려온다.
나는 체구가 아주 왜소하다.
그래서 왠만한 사람이 안아도 한품에 폭 안긴다.
하나뿐인 아들이 애기였을 땐
내품에 폭 안기는 아들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자주 안아주고,
점점 자라며 무거워져도
자주 안아주었다.
직장맘이니 출근할때도, 퇴근해서도 꼭꼭 안아주었다.
잘 때도 내품에 폭 안겨 잠든 아들의 모습이 예뻐서 한참 쳐다보고 있기도 했다.
그렇게 체구가 작은 내품에 폭 안길 정도로 작았던 아이가
벌써 키가 아빠만큼 자랐다.
아빠 닮아서 어깨도 넓다.
하지만 아직 근육도 없고 비쩍 말라서 날씬하다.
그런 아들이
그렇게 훌쩍 커버린 아들이
아직도
"엄마 안아줘~"하며 나에게 온다.
곧 고등학생이 되는 나이에
엄마에게 안아달라고 하는 아들이라니...
아마 다른 집에서는 상상도 못할 테고
오히려 나와 아들을 이상하게 볼지도 모르겠다.
안아달라고 하는 아들을
내가 안아준건지 안긴건지 알수없는 포즈로
"아이구 언제까지 이렇게 엄마한테 안아달라 할꺼야~~"
라며 안아줄 때는
내심 기분이 좋다.
한번도 귀찮은 적 없이 안아달라고 할 때마다 기쁜 마음으로 안아준다.
얼마 안남았다는 생각때문일까..
진짜 이제 몇년만 지나면 나랑 같이 맥주도 마실 수 있는 성인이 될텐데..
어른되면 자기도 머쓱해서 안아달란 말 못할텐데 싶어
안아줄 수 있을 때
안아둘 수 있을 때
마음껏 안아준다.
스트레스가 많거나 불안한 마음이 들 때,, 힘들 때 안아달라고 하는거 같다.
한번은 물어봤다.
엄마가 안아주면 마음이 어떤데? 라고...
엄마가 안아주면 마음이 안정된단다.
좀 편안해진단다.
내가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줄 수 있다니
이보다 더 뿌듯한게 어디 있겠나...
하지만 가끔은
내가 이 아이를 너무 나약하게 키운건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많을 텐데..
지금은 엄마품에 안겨서 안정을 찾을 수 있지만
내가 안아주지 못할 때는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든다.
하지만
난 오늘도 아들이 안아달라고 하는 말에
기분좋게 아들에게 안긴다.
씩씩하고 건강하게 지혜로운 선한 영향력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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