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관한 글은 이제 독백형식으로 써볼까 합니다..)
82년생 김지영
조남숙 지음. 민음사
내가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보니
단숨에 읽혀지거나 쉽게 술술 진도가 나가는 책을 선호하게 된다.
처음 이 책을 읽겠다고 결심한건
내용때문이 아니라
그냥 술술 읽혀진다는 추천때문이었다.
워낙 유명하고 메스컴에서 많이 봤던 책이라서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빌려서 보려고 했는데
알고보니 우리집 책장에도 떡.. 꽂혀있더라는..ㅋㅋ
책은 거의 남편이 구입하고 관리하다보니 있는 줄도 몰랐다.
일단 난 책읽는 속도가 느린데도 불구하고 정말 단숨에 읽어버렸다.
전체적인 책내용이 짧은 탓도 있겠지만
누구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 또는.. 내가 써놨던 일기를 읽는 기분이라
더 술술 읽혀졌던거 같다.
읽는 내내 이렇게 감정이 요동치는 책은 처음이다.
딱히 슬픈 장면이 없는데도 (누군가가 죽는다거나, 뼈아픈 헤어짐이 있다거나.. 등등의)
자꾸 알수 없는 눈물이 흐르는 책도 처음이다.
내가 그간에 살아오면서 가족안에서, 사회생활에서,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느꼈던 피로와 무력감..
그리고 불합리해도 결국은 그 상황에 순응하며 살아오게된 세월..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내 무의식을 지배하게되는 생각들..
그런 것들이 82년생 김지영씨의 길지않은 삶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나보다 한참? 어린 연배이지만 내가 살아온 삶과 딱히 변한 것이 없는..
지금이라고 좀 나아졌을까..
더 힘들어지진 않았을까...
다른 이의 목소리를 빌어 자신이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을 하는 주인공 김지영..
정신병으로 치부될 수 있는 현상이지만
어쩌면 나도.. 어쩌면 이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김지영들이.
그렇게 불합리를 입밖으로 말하지 못하고 가슴에 담아두고 살아가는 것들을
김지영에게 빙의?된 누군가의 목소리로 내뱉어지는 것 자체가
조금은 후련했다.
갑자기 나의 2006년 어느날이 떠오른다.
이이를 낳은지 겨우 6개월이 채 되지 않았던 어느날..
아이를 낳은 이후에 제대로된 외출한번 못하다가
너무도 오랜만에 화장이란 걸 하고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한 후
아기를 안고 남편과 갔던 커피빈..
커피빈에 들어서면서 부터 나던
그 황홀했던 커피향은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수없이 마셨던 그 어떤 커피의 향기 중 최고의 향이었고
10년도 더 지난 그때의 설렘은
여전히 생생하다.
아마 이시대를 살아가는 내 또래 여자들은
결혼여부나 자녀유무와 상관없이
이책을 읽다보면 주인공에게 동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오랜시간 잔상이 남을 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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